전시 아카이브

[2023년 키움전] 뉴 락 New Rock - 만만한 해설

  • 구분

    기타

키움 뉴락_웹SNS.jpg

1. 뉴 락의 생성
장한나 작가는 폐플라스틱이 암석화된 “뉴 락(New Rock)”이 생긴 원인을 “인간의 욕망” 때문이라 말합니다. 인간은 나약한 생물로서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적 능력’을 키웠고,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만들며 문명을 이룩해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했습니다.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간의 지적 능력은 필요 이상의 생산과 소비를 향한 욕망에 의해 결국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재료, 즉 플라스틱(합성고분자)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2. 합성고분자: 플라스틱_뉴 락의 원료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모빌처럼 이어진 다양한 물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입니다. 당구공의 원료인 코끼리의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1986년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이후 150여년이 지난 지금 빨대에서 우주선까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빌과 동일하게 그려진 배경의 그림에는 각 물건들을 구성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종류를 표기하였습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 폴리카보네이트, 나일론, 에폭시, 아크릴, 비닐 등 플라스틱 제품이 다양한 만큼 플라스틱의 종류 또한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뉴 락 수집현장
작가는 앞서 원하는 모양, 단단함, 유연함, 무게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폭발적으로 생산되었고, 특히 일회용품으로 쉽게 사용되고 순식간에 버려지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버려진 플라스틱이 사회적으로 안전하게 잘 처리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뉴 락’의 존재는 사실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알려줍니다. 뉴 락 수집 당시 찍은 사진 이미지들은 썩지도, 녹지도, 녹슬지도 않는 플라스틱이 버려진 이후 자연 속에서 모습만 변할 뿐 그대로 계속 남아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4. 뉴 락_기계적 풍화
장한나 작가는 수집한 뉴 락들의 표면이나 생김새를 관찰한 결과 자연 속에 놓인 플라스틱은 다른 자연물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와 바람, 파도, 햇빛 등에 의한 영향으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을 크게 둘로 분류합니다. 하나는 거대한 바위가 쪼개지고 부서져 자갈이나 조약돌로 변하듯이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깎여 둥그스름한 돌멩이의 모양이 된 것으로, 주로 단열재로 사용되는 발포 플라스틱계로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에서 일어납니다. 겉모습과 색은 자연계의 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를 반으로 자른 단면을 살펴보면 속은 원래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5. 뉴 락_열에 의한 생성
열에 의해 형태가 변하는 성질을 지닌 플라스틱은 햇빛과 땅의 열기에 의해 녹아 이전과 다른 모습의 뉴 락이 되기도 합니다. 녹은 플라스틱이 주위모래나 돌, 또는 조개껍데기 등에 엉겨 붙은 것은 과학자들이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 플라스틱 암석)라고 부릅니다. 또는 녹은 플라스틱이 오랫동안 바다에 떠다니며 천천히 매끄러운 조약돌처럼 변한 것을 파이로플라스틱(pyroplastic)이라고 합니다. 전시된 뉴락을 살펴보면 녹다 만 그물이나 섬유조직들의 흔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6. 뉴 락_생태공간
우리나라의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수집한 뉴 락들을 살펴보면서, 작가는 생물의 서식지로서 기능한 흔적들을 발견합니다. 바다에 떠있던 부표에 붙은 따개비, 버려진 어망에 서식하는 홍합들, 스티로폼 안에 집을 짓고 사는 개미 등..자연은 인공물과 자연물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살아갑니다. 이렇게 자연이 플라스틱에 적응하여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을 ‘플라스틱스피어(plastisphere)라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연이 그들의 순리와 법칙에 따라 플라스틱과 함께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이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고 이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곧 우리 인간에게 닥칠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미 인간의 혈관이나 폐와 같은 장기에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암이나 자폐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습니다.
 
7. 돌연변이 드로잉, 뉴 락 드로잉
두 개의 드로잉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거나 진화를 이룬 자연의 사례를 그림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구역에 서식하는 청개구리를 2016년부터 3년간 조사한 결과 청개구리들이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 세대를 걸쳐 멜라닌 색소가 짙게 진화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개미의 경우 서식지로 선택한 스티로폼을 잘게 뜯어 그 속에서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이 여러 차례 관찰되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도 자연처럼 플라스틱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결국 ‘누구를 위하여 자연보호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첨부파일